일렉 기타 레슨
기타를 치고 있다.
사실 이어폰을 신체의 일부마냥 꽂고 음악없인 못살아 하는 사람도 아니고, 딱히 음악적 재능도 없고, 10년 넘게 피아노 배웠지만 악보도 제대로 못본다.
근데 그냥 일렉기타의 뚱땅 거리는 소리가 너무 좋았다.
시간 나면 배워야지 했는데 가까운 데에 실용음악학원이 있길래 등록하고는 주에 한번씩 간다.
첫 수업하고는 바로 후회했다. 손가락도 너무 아프고 손도 작아서 손목도 아려왔다. 아, 역시 커피도 남이 내려주는 게 제일 맛있듯 이것도 잘 치는 사람들 연주 열심히 듣는게 답이었네. 한 달치 돈 낸것만 다니고 접자. 첫 수업에 다짐했다. 며칠간 손톤 아래가 근질근질 아파서 괜히 했다며 후회했는데 아무튼 돈 낸 것만은 꾸역꾸역 가다가 한달 채우고 또 한달만 더 해볼까 하며 어느새 그래도 다섯달 지났다.
중간중간 뭔가 새로운 걸 배울때 마다, 도저히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을때 마다, 이 짓을 돈들여 왜 하고 있나 후회했는데 참 묘하지, 도저히 안될 것 같았던 게 시간이 지나 연습을 거치면 된다. 물론 기타도 없이 연습도 안해서 일주일에 딱 한시간 레슨 시간에 치는게 다 였으니 그 속도가 무척이나 느렸을테지만 그래도 꾸준히 하면 조금씩이나마 실력이 는다는게 새삼스레 놀랍고 재미있다.
생각해 보면 아마도 대학 졸업 이후 직장인으로 산 이래 뭔가를 배워서 실력을 증진시키는 재미를 느낀 게 없다. 운동을 다니긴 했지만 뭐 헬스, 요가나 필라테스를 다녔으니 어차피 그 쪽은 멋드러지게 완성형으로 진전이 있는게 아니라 의무적으로 반복한 일에 가까웠으니 근 20년 만에 정말 처음으로 뭔갈 배워서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보겠다고 꽤나 비싼 학원에 등록했었는데 세 번인가 가고는 포기했었으니 정말 배움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왔네. 그 시절에는 전혀 몰랐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걸 배우고 연습하던 스무살 까지의 삶이란 게 또 얼마나 행복한 시간이었는지 새삼 깨닫는다. 아, 대학생 시절도.
그래서 기타도 샀다. 입문용 제일 저렴한 일렉기타에 앰프도 없이 헤드폰으로만 끼고 연습할 수 있는 걸 샀다. 기타를 꾸준히 배운들 누구 앞에서 연주 할 일도 없을테고 지금 배워서 어디가서 밴드를 결성할 일도 없겠지만 이 한가지 만이라도 꾸준히 해보려 한다.